“꿈은 미래를 결정지어 놓은 정답지가 아니라, 지금 내 마음과 삶의 상태를 비춰주는 조용한 거울입니다.”
1. 불안의 신호, 혹은 삶을 돌아보는 조용한 거울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이상하게 마음에 묵직한 앙금처럼 남는 꿈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한 번쯤 가슴을 쓸어내리며 걱정하는 꿈이 있지요. 바로 ‘이가 빠지는 꿈’입니다.
예부터 민간에서는 치아가 빠지는 꿈을 신체의 이상이나 가족의 신변 변화, 혹은 불길한 이별을 암시하는 흉몽으로 해석하곤 했습니다. 꿈에서 이가 하나만 덜컹거리거나 피가 나며 빠져버리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혹시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부터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성경 속 요셉은 꿈을 통해 다가올 기근을 미리 준비했고, 다니엘은 환상을 통해 삶을 헤쳐갈 지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성경이 전하는 본질은 결코 꿈 자체의 징조에 매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신호를 계기 삼아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와 마음의 상태를 어떻게 돌아보고 겸손하게 살아갈 것인가에 있습니다.
이가 빠지는 꿈 역시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무심하게 잊고 지낸 내 몸의 고단함과 곁에 있는 가족들의 안부를 살피라는 고마운 메시지로 읽어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2. 치통의 기억, 그리고 눈물 골짜기에서 만난 사랑
제게 ‘치아’는 단순히 신체의 한 부위를 넘어, 사람의 온기와 잊을 수 없는 인연의 깊이를 가르쳐 준 남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바기오를 거쳐 팡가시난(Pangasinan) 주 다구판(Dagupan City), 그리고 마닐라까지… 필리핀에서 보낸 15년 반의 세월은 제 삶의 깊은 궤적이 되었습니다. 특히 필리핀 생활의 마지막 거주지였던 마닐라 마카티에서 생활하던 시절, 어금니 쪽에 찾아온 극심한 치통으로 며칠 동안 밥 한 술 제대로 뜨지 못하고 밤을 지새운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던 '씹고 맛보는 기쁨'이 치아 하나 때문에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겪었습니다. 음식을 삼키는 것은 고사하고 말 한마디 나누는 것조차 고통이었던 그 시절의 고단함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일상이 무너져 내릴 때, 인간은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보다 앞서 머물렀던 다구판 일대에는 한국에서 온 뜻깊은 공동체가 터를 잡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위해 건너온 수많은 유학생부터 치기공과 등 의학 관련 분야를 공부하던 청년들,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건너온 가족 단위의 교민들까지 꽤 많은 한국인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이들이 보통 5~6년씩 길게 머무르며 생활하다 보니, 그 온기와 활기로 인해 다구판 지역 경제가 활활 돌아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인연의 흐름 중심에는 바로 ‘루카스 메디칼 미션(Lucas Medical Mission)’이라는 봉사팀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방인이 아니라, 5~6년의 세월 동안 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주민들의 아픔을 자기 일처럼 보듬던 진정성 있는 삶의 동반자들이었습니다.
그 봉사는 한두 번의 생색내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덜컹거리는 지프니에 몸을 실었고, 때로는 거친 바닷물결을 헤치는 작은 배를 갈아타며 오지의 마을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들이 눈물 골짜기로 지나갈 때에 그 곳에 많은 샘이 있을 것이며 이른 비가 복을 채워 주나이다.”
(시편 84:6)

우리가 도착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땡볕 아래 흙먼지를 날리며 온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금세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더운 기후 탓에 석회질 섞인 열악한 물을 마시고, 어린 시절부터 물 대신 달디단 코카콜라를 입에 달고 살아야 했던 가난한 이들의 치아는 차마 눈으로 보기 힘들 만큼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습니다.
가장 가슴이 뭉클하고 아려왔던 순간은, 꽃다운 나이의 젊은 아가씨들을 맞닥뜨릴 때였습니다. 한창 예쁘게 웃어야 할 그 고운 얼굴들이, 앞니가 온통 까맣게 썩어 없어진 탓에 부끄러워 두 손으로 입을 꼭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치과 하나 없는 오지에서 밤마다 핏발 선 눈으로 고통을 참아내던 사람들은, 지칠 대로 지친 표정으로 의사의 손을 잡고 애원하곤 했습니다.
"선생님,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제발 제 이빨을 다 뽑아주세요."
생살을 찢는 치통 앞에서 정성껏 가꿔야 할 치아마저 포기해 버리려는 그 절박하고 서글픈 눈빛들… 치아 하나가 사람의 식사와 외모, 그리고 삶 전체의 자존감을 얼마나 참담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그 현장에서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너는 말 못하는 자와 모든 고독한 자의 재판을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잠언 31:8)
우리가 그곳에서 나눈 것은 단순한 의술의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썩어 들어가는 치아 때문에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여야 했던 이들에게 다시 웃음을 찾아주고, *"당신은 하나님 앞에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온기를 전하는 거룩한 손길이었습니다.

3. 거저 받은 마음은 다시 다른 이에게 흘러가고
15년 반의 필리핀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 후의 일이었습니다. 과거 필리핀의 먼지 날리는 봉사 현장에서 함께 땀 흘렸고, 어느덧 어엿한 치과의사가 되어 있던 부부 선생님께 조심스레 연락을 드렸습니다.
마카티 시절부터 길게 이어진 제 아픈 어금니 소식을 들은 두 분은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무 걱정 말고 꼭 들러주세요.”
상태가 몹시 나빠진 어금니 세 개를 정성껏 치료하고 금으로 정성스레 씌워주던 그 손길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오래된 인연이 건네는 묵직한 체온이었습니다. 그후 두 분은 미국으로 떠나셨지만, 그 시절 받았던 따뜻한 도움과 감사한 마음은 제 가슴 깊은 곳에 켜켜이 빚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빚진 마음은 훗날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흘러갔습니다. 한국에서 극심한 치통으로 고통받으면서도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선뜻 병원을 찾지 못하던 한 다문화 여성분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을 때였습니다. 예전 필리핀에서 나누었던 그 마음을 떠올리며 다리를 놓았고, 감사하게도 무료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마태복음 10:8)
성경의 이 짧은 구절처럼, 사람의 따뜻한 온기와 은혜는 한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이었습니다.
4. 벼랑 끝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내리사랑
평소에는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예비 요양보호사들을 가르치지만, 학생들과 함께 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 그리고 방문요양 현장으로 실습을 나갈 때면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게 됩니다.
치아가 좋지 않아 맛있는 음식 앞에서도 젓가락을 놓아야 하는 안타까운 모습, 틀니가 맞지 않아 웃음마저 잃어버린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조상들이 왜 치아를 ‘오복(五福)’ 중 하나로 꼽았는지 온몸으로 절감합니다.
몸의 치아가 하나둘 빠져나가고 기력이 다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 피할 수 없는 ‘한계’라는 벼랑 끝을 향해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가 빠지는 꿈이 결코 나쁜 흉몽이 아니듯, 우리 삶의 쇠약함 역시 절망의 끝이 아닙니다.
“내가 가진 힘이 빠지고 한계라는 벼랑 끝에 서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나보다 더 약한 존재를 향해 무조건적으로 흐르는 내리사랑의 섭리를 완성하게 됩니다.”
어머니가 젖은 시래기를 다듬으며 묵묵히 버텨내신 노동의 시간들, 당신이 떠난 뒤에도 자식이 홀로 서기를 바라며 꿈에조차 찾아오지 않으셨던 그 깊은 침묵의 기도, 그리고 아들이 찍어준 사진 속에서 갓 태어난 손녀를 품에 안고 뭉클해하던 내 모습까지.
거저 받은 사랑은 그렇게 치아 하나, 따뜻한 눈빛 하나, 그리고 체온 하나를 타고 다음 세대로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오늘 밤, 혹시 이가 빠지는 꿈을 꾸더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당신의 지나온 삶과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을 다시 한번 가만히 품어 안으라는, 참으로 고마운 삶의 신호입니다.
다음 글 예고
꿈을 읽다⑪|집이 무너지는 꿈, 정말 나쁜 꿈일까요?
무너지는 것은 불행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민간 꿈해몽과 성경적 관점을 함께 살펴보며 그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이가빠지는꿈, 치아빠지는꿈, 이가빠지는꿈해몽, 꿈해몽, 신앙에세이, 필리핀봉사, 루카스메디칼미션, 인생에세이, 부모님사랑, 내리사랑, 성경구절, 시편84편, 마태복음10장, 오늘도그로우, 꿈을읽다
'생각과 배움의 기록 (에세이·독서·꿈해몽시리즈·영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기장이 내게 가르쳐 준 것 2편: 기장시장 입구 오른쪽 첫 번째 건어물집, 미역과 멸치에 담긴 추억 (1) | 2026.08.02 |
|---|---|
| 기장이 내게 가르쳐 준 것 1편: 흙에서 자란 사람이 부산 기장의 바다를 만나다 (1) | 2026.08.01 |
| 꿈을 읽다 9편: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에 안 보이는 이유: 꿈 해몽을 넘어선 위대한 유산 (2) | 2026.07.29 |
| 영어가 쉬워지는 시간 4편: 분명 아는 단어인데 왜 안 들릴까요? | 바기오에서 처음 배운 연음의 비밀 (3) | 2026.07.28 |
| 꿈을 읽다 8편: 불이 나는 꿈, 정말 재물이 들어오는 대박 꿈일까요? (불의 신비와 삶의 연단) (2) | 2026.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