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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쉬워지는 시간 3편: 바기오 첫 수업에서 깨달은 영어 듣기의 진실

오늘도그로우 2026. 7. 18. 11:02

바기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푸른 소나무와 맑은 고산의 바람(출처:무료이미지Pexels)

 

 

"영어를 오래 공부했는데 왜 원어민 말은 하나도 안 들릴까요?"

영어를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하는 고민입니다. 단어도 열심히 외웠고, 문법도 공부했고, 영어책도 읽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외국인이 말을 시작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분명 아는 단어인데 들리지 않고, 문장은 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 낯선 좌절의 경험은 1989년 필리핀 바기오 유학 생활의 첫걸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 한국에서 준비한 영어,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1989년, 저는 필리핀 바기오에 있는 대학원에서 공부하기 위해 정들었던 한국을 떠났습니다. 출국 전 나름대로 치열하게 준비했습니다. 문법도 치밀하게 공부했고, 영어 성경도 읽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수업은 따라갈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책에서 배운 영어와 실제 사람들이 사용하는 현실 영어 사이에는 거대한 장벽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처음 마주한 필리핀 바기오는 제 예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뜨겁고 습한 나라라고만 생각했지만, 바기오는 해발 1,500m가 넘는 고산도시였습니다. 공기는 무척 시원했고, 도시 곳곳에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캠퍼스를 걸어가는 동안 마음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습니다.

 

2. 첫 대학원 수업, 그리고 완전히 무너진 자신감

 

강의실 문을 열자 교수님이 앞에 계셨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셨습니다.

"Good morning, everyone."

(굿 모닝, 에브리원 /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대답했습니다.

"Good morning, sir."

(굿 모닝, 프로페서 / 좋은 아침입니다, 교수님)

 

저도 함께 인사하며 그 순간만큼은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 그 자신감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당시 교수님은 미국 텍사스 출신이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강의는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한국에서 듣던 영어 라디오나 테이프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발음도, 특유의 억양도 낯설었습니다.

 

 

단어 몇 개는 띄엄띄엄 들렸지만 문장으로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를 겨우 이해하려고 하면 이미 다음 설명으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머릿속이 점점 하얘지며 오직 한 문장만 맴돌았습니다.

 

"What is he talking about?"

(왓 이즈 히 토킹 어바웃? / 교수님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지?)

 

3. 나만 못 알아듣는 것 같은 외로움과 문화의 차이

 

주변을 둘러보니 외국 학생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필기하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질문도 던지고, 교수님의 농담에 웃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나만 못 알아듣는 건가?" 하는 깊은 소외감과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영어 '공부'와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때 재미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누군가 한 필리핀 학생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는데, 한국 사람이 들으면 순간 놀랄 수도 있는 발음의 이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친구의 진짜 이름이었습니다.

 

그 순간 문화가 다르면 같은 소리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낯선 나라에서는 영어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각하는 방식과 문화도 함께 배워야 한다는 귀중한 진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영어 교실이 아니었습니다.서로 다른 나라의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했던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출처:무료이미지Pexels)

 

4. 생활비 걱정과 그날 밤 침대에서 했던 한 가지 생각

 

사실 대학원 영어 수업만 걱정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입학 전 약 4개월 동안 학교 밖에서 방을 얻어 생활했는데, 물가가 저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월세가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빨리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자"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기숙사는 비용도 저렴하고 공부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웠습니다. 일정 과목 이상 낙제하면 기숙사 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첫 수업을 엉망으로 마친 날, 이 불안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숙소 침대에 누웠지만 쉽게 잠들 수 없었습니다. "정말 내가 이 유학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스스로에게 나지막이 다짐했습니다.

"I will try again tomorrow."

(아이 윌 트라이 어게인 투모로우 / 내일 다시 도전해보자.)

 

그 짧은 한 문장이 그날 밤의 저를 버티게 해준 버팀목이었습니다.

 

 

⚠️ 결론: 영어를 배우는 진짜 시작은 실패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첫 수업에서 아무것도 듣지 못해 좌절했던 그 비참한 경험이 훗날 영어를 진정으로 배우고 가르치는 데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 되었습니다.

 

 

영어는 머리로 많이 외운 사람이 잘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실패하고 들리지 않더라도 다시 듣고, 다시 말하고, 다시 부딪히며 익숙해지는 '언어'입니다.

 

그날 바기오에서 느꼈던 좌절은 끝이 아니라, 진짜 영어를 배우기 위한 최고의 시작이었습니다. 원어민 영어가 들리지 않아 고민하고 계신다면 낙담하지 마세요. 지금이 바로 진짜 영어 공부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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