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를 배우면서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10년 넘게 영어를 배웠는데 왜 외국인만 만나면 말이 안 나올까?"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저는 한국에 있을 때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문법책도 보고, 단어도 외우고, 영어회화도 공부했습니다. 나름대로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필리핀 바기오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첫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현실의 벽을 만났습니다.
교수님의 영어가 거의 들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분명 영어를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수업에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이거 큰일이다.'
'앞으로 공부를 어떻게 하지?'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마다 POP Quiz(팝 퀴즈)가 있었습니다.
예고도 없이 교수님이 시험지를 나눠 주시면 바로 문제를 풀어야 했습니다.
문제를 읽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문제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식은땀이 흐른 적도 많았습니다.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던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의 랭귀지 스쿨(Language School)에 등록했습니다.
약 1년 동안 미국인 교수님들과 듣기와 말하기를 집중적으로 훈련했습니다.
매일 영어를 듣고, 따라 말하고, 또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던 영어가 어느 날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교수님의 강의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친구들과의 대화도 조금씩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때 저는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영어는 머리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귀와 입으로 익히는 언어라는 것.
학교에서는 대부분의 교수님이 미국 출신이었고, 일부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오신 교수님들이었습니다.
강의와 발표, 토론, 과제까지 거의 모든 과정이 영어였습니다.
생활 속에서는 미국인 동료들과 함께 일했고, 미국과 유럽, 나이지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공부하고 교류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했던 점이 있었습니다.
제가 문법을 조금 틀려도, 발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누구 하나 비웃거나 무시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끝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 주었고, 이해하려고 노력해 주었습니다.
그 경험은 제 영어 공부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물론 문법은 중요합니다.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문법을 배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 역시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 문법과 작문, 발표를 꾸준히 배웠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문법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법은 배우면서 다듬으면 됩니다.
하지만 말하는 용기는 스스로 내지 않으면 평생 생기지 않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다문화여성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글과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영어 과외와 학원 강의를 했고,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했습니다.
또한 요양보호사교육원에서도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교육생들과 토요일마다 함께 공부했습니다.
특히 다문화여성들을 가르칠 때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대부분 초등학교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분들이어서 한글을 배우는 것도 쉽지 않았고, 영어는 더욱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한 글자씩 읽고, 한 단어씩 따라 하고, 틀리면 다시 읽고, 다시 말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뛰어난 재능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영어를 몰라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혹시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틀리면 창피할까 봐 말하지 못하고, 문법을 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시작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 역시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어려운 문법부터 설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문법을 무시해서가 아닙니다.
문법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영어를 계속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영어와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해외여행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쉬운 영어,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 그리고 제가 해외에서 직접 경험하며 배운 영어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습니다.
다만 영어 때문에 망설이던 누군가가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용기를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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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그로우'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따뜻한 공감과 댓글은 다음 글을 이어가는 가장 큰 에너지입니다!
2편도 실공부와 회화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알찬 이야기로 찾아올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자주 들러서 소통해요, 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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