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식물을 키우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 물도 잘 주고 있는데 왜 예전처럼 자라지 않을까?'
저 역시 처음에는 물이 부족한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식물을 오래 키우다 보니 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화분 속 흙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식물은 오래 키우면서도 흙은 처음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흙에도 분명 수명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영양분이 줄어들고, 물 빠짐도 나빠지며 뿌리가 건강하게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저도 처음부터 식물을 잘 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식물을 잘 키운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8년,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를 돕기 위해 작은 이주민센터를 시작했습니다.
센터는 후원으로 운영되던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평일에는 자신의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로 아이들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셨고,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고등학생들이 찾아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자신이 잘하는 과목을 재능기부로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는 주로 평일에 영어와 한글을 직접 가르쳤습니다.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운영되던 곳이었습니다.
센터를 개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분들이 축하의 의미로 나무와 꽃 화분을 보내 주셨는데, 하나둘 모이다 보니 어느새 50~60개의 화분이 사무실을 가득 채웠습니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공간을 볼 때마다 참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첫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었을 때, 절반 가까운 화분이 시들거나 죽어 있었습니다.
그때는 관리할 여건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직원 없이 운영되던 센터였기에 식물을 매일 같은 시간에 돌보기 어려웠고, 저 역시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상담과 여러 업무를 마친 뒤 센터로 돌아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겨울에는 퇴근하면서 연탄난로의 불씨가 아침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며 문을 닫곤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출근해 보면 불은 이미 꺼져 있었고, 밤새 차가워진 사무실에서 식물들은 추운 겨울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그 이후 저는 식물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고, 잘 키우는 분들에게 배우고, 직접 부딪혀 보며 하나씩 익혔습니다. 살려낸 식물도 있었고, 끝내 떠나보낸 식물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실패와 경험이 쌓이면서 비로소 식물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식물을 볼 때마다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식물을 키우는 일도, 사람을 돕는 일도 결국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성장을 위해서는 관심과 기다림, 그리고 꾸준한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때 배웠기 때문입니다.


실패는 저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식물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잎이 시들면 물부터 주었고, 성장이 멈추면 비료가 부족한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식물을 보기 전에 먼저 흙을 살펴보고, 햇빛이 잘 드는지, 바람은 잘 통하는지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식물은 말이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자신의 상태를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잎의 색이 달라지고, 새잎이 나오지 않고, 흙의 상태가 변하는 작은 신호들이 모두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신호를 지나쳤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는 조금씩 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모든 식물을 완벽하게 키우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예상하지 못한 일로 식물이 힘을 잃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조급해하지는 않습니다.
식물도 사람처럼 저마다 자라는 속도가 다르고,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배우는 중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막막하기만 했던 길에, 이제는 조금씩 햇빛이 비치기 시작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화분 흙에도 수명이 있습니다.
우리는 식물이 시들면 물부터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래된 흙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흙은 시간이 지나면서 영양분이 줄어들고, 점점 단단하게 굳습니다.
배수와 통기성이 떨어지면 뿌리가 숨 쉬기 어려워지고, 아무리 물을 잘 줘도 식물은 건강하게 자라기 어렵습니다.
]보통 실내 반려식물은 1~2년에 한 번 정도 새 흙으로 바꿔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흙이 딱딱하게 굳거나, 물이 잘 스며들지 않거나, 새잎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흙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생명을 키우는 일은 모두 비슷합니다.
얼마 전에는 교육원 창가에 비둘기 한 쌍이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습니다.
며칠 동안 지켜보니 잠시 먹이를 먹으러 다녀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알 곁에서 보내며 정성껏 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모두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자라듯, 식물도 적절한 햇빛과 물, 건강한 흙, 그리고 작은 관심이 모여 건강하게 자랍니다.
무엇이든 모자라도 안 되고, 넘쳐도 안 됩니다.
식물을 키우며 배운 이 원리는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
돌이켜 보면 저를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으로 만든 것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였습니다.
겨울을 지나며 떠나보낸 수많은 화분이 있었기에 지금의 작은 경험이 쌓일 수 있었습니다.
혹시 지금 식물이 예전처럼 자라지 않는다면 물만 의심하지 말고 화분 속 흙도 한번 살펴보세요.
작은 관심과 새로운 흙이 식물에게는 다시 시작할 힘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우리 역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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